이사 날짜가 안맞아 팔자에도 없는 보관이사를 했다.
8월20일 ~ 9월30일까지 40일간 보관했고, 여름이라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벌레, 쥐가 짐에 딸려 온다는 얘기부터, 침구류가 여름장마에 절어 못쓰게 된다는 말이 너무 많았고,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는걸 알게 되었다.
다음에 또 보관이사를 할 수 있으니, 일련의 과정을 기록해 놓기로 했다.
1. 이사비용
이사비용은 무조건 2배이다.
짐을 빼는날에 짐을 트럭에 내리고 트럭에서 컨테이너로 다시 옮겨놓는것이 1번의 이사이고, 짐을 넣는날에 컨테이너에서 트럭으로 짐을 옮기고 다시 집으로 옮겨놓는것이 1번의 이사로, 총 2번의 이사이기 때문에 비용이 2배가 된다.
이사비용은 잔짐의 양에 따라 일꾼의 수로 좌지우지 되는데, 보통 x명의 남자, 1명의 여자로 이루어진다.
여기서 사다리차 기사님은 별도이고, 짐 보관료는 하루에 5000원~1만원 수준이다.
나는 5톤트럭 1대와 남자2명, 여자 1명의 일꾼 그리고 사다리차까지 해서 180만원으로 견적을 받았다.
일꾼 수를 늘리면 다른곳에서는 최대 250까지도 견적이 나왔는데, 한푼이 아쉬워서 제일 저렴하게 나온 견적으로 선택했고, 그게 아주 큰 실수라는건 나중에 알았다. 이삿짐센터 견적보는 아저씨는 말빨과 수완이 굉장히 좋으니 그 아저씨만 보고 계약해서는 절대 안된다.
2. 이삿짐 보관장소 - 컨테이너
이사는 위에 언급한것처럼 짐을 싸서 트럭에 싣고 빠이빠이 하면 이삿짐센터분들이 가져가셔서 컨테이너에 넣는다.
들어가는날 짐을 트럭에 다시 실어서 새집으로 가지고 오시면 사다리차로 짐을 옮긴다.
짐을 빼는 날에는, 트럭에 싣는 것 까지만 보고 컨테이너에 넣는것은 알아서 하시는것인데 이것을 굳이 따라가서 본다는 사람도 있었다.
그 이유는, 컨테이너가 1층,2층으로 쌓여있는데 2층 컨테이너에 넣는지 확인하고자 함이었다.
1층 컨테이너는 벌레나 쥐 등 해충에 취약하고 비가 오면 빗물이 범람하여 들어오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는듯 하다.
계약할 때 말하면 2층으로 해준다고는 하는데, 어차피 따라가서 보지도 못하고 믿지도 못하니 나는 별 말 하지 않았다.
김포공항쪽에 컨테이너 보관소가 있어 출퇴근할때마다 보는데, 1층은 자리가 많다고 써있는걸 보면 1층이 더 싼가 싶기도 하다.
**참고 - 외국인 일꾼
외국인을 기피할 이유가 전혀 없다. 한국인을 고집할거라면 일꾼의 나이도 점검해 봐야 한다.
요즘은 이삿짐 센터에 외국인 직원이 많고, 중국인이나 몽골인들이 대부분을 차지하는듯하다.
맘까페에서는 외국인을 기피하는것처럼 보였는데, 내 경험은 그렇지 않다.
나는 이삿짐센터 계약을 하면서 외국인은 절대 쓰지 말아달라고 신신당부하였고, 이삿날 오신분은 60대 남자 1분, 30대 남자 1분, 60-70대 여자 1분이었다.
(8시가 넘어서야 오셨으니 말 다 했다. 이사하면 보통 7시 조금 넘으면 오신다. 오후에 한 탕 더 하셔야 하기 때문에 오전일을 빨리 끝내려고 하시려고 일찍 오시는 것이다.)
여자분은 어차피 주방짐과 화장실만 챙기기 때문에 연세가 있으셔도 상관이 없다.
그러나 남자분들은 다르다. 나의 경우에, 30대분은 몸이 무거우셨고 60대분은 너무 느리셨다. 두 분 다 걸음걸이가 암환자인 우리 아빠보다 느렸다. (사다리차를 구하지 못해 엘레베이터로 이사한 것은 언급하고 싶지도 않다.)
결국 이사가 너무 늦어져서, 오후에 입주하실 분들이 못 들어오는 지경까지 이르렀고, 입주하시는 이삿짐 직원분들이 도와주시기까지 했으며, 새로 이사오시는 여자분은 내 면전에 사자후를 날렸다.
(우리 엄마 말고 내 얼굴에 대고 소리를 지른 최초인 분이다.)
어쨌든, 일꾼들이 의욕도 없고 기력도 없으니, 내 원목식탁과 침대 베이스 모서리는 다 갈려나갔다.
왜 이렇게 되었냐고 따져보았지만, 본인들이 한 것이 아니라고 하여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이래서 브랜드 이사를 써야 하나 싶었다.
어쨌든, 비슷한 시기에 우리 엄마도 이사를 했는데 거기는 20-30대 몽골인들이 우르르 오셨고, 사장님만 한국인이셨다.
거기는 장식품 하나하나 에어캡으로 싸서 포장해주었고, 무거운것도 엄청 잘 들고 나른다. 흠집난 물건도 하나 없고, 다만 인덕션이 깨졌는데 그것은 한국인 사장님이 하신 실수였다.
3. 짐싸기
제일 중요한 짐은 부동산 서류다. 새로 들어갈 집 부동산 서류와 인감이 이삿짐으로 들어가서 나중에 컨테이너를 뒤지는일이 허다하다고 하니, 꼭 미리 챙겨두어야 한다.
1) 식물 - 컨테이너 갖다놓으면 해가 없기 때문에 죽는다고 봐야된다. 임시 거처에 가져다 놓던지, 생을 마감시키는방법밖에 없다.
2) 냉장고 - 냉장고는 무조건 비워야 하며, 이사 2-3일전부터 전기를 빼고 문을 다 열어 습기를 말려야 한다. 이렇게 해도 나중에 보면 곰팡이가 슬어있고 냄새가 난다.
3) 침구류 - 섬유류는 이삿짐센터에서 비닐에 싸서 묶고 박스포장을 해주신다. 하지만 나중에 보니, 구스류는 죄다 누렇게 변색되어 버릴수밖에 없었다. 이불보관하는 압축팩과, 비닐이불가방에 넣은 침구류만 생존했다. 이사 전에 포장해 놓는게 정신건강에 좋다.
4) 의류 - 의류는 너무 많아 미리 포장해놓을수가 없다. 그래서 실리카겔 방습제(부직포포장) 대거 구입해서 이삿날 짐을 싸실때마다 하나씩 넣어달라고 부탁했다. 박스 하나당 500그램짜리 하나씩 넣었다. 나중에 열어보니 옷은 모두 상태가 괜찮았다. 지금은 그 방습제를 서랍속에 넣고 쓰고 있다. 전자렌지에 2분 돌리면 습기가 날아가서 반영구로 사용할 수 있다.
5) 커텐 - 커텐을 떼어내서 오래 보관하면 구김이 생긴다. 고이고이 접어서 포장해주지 않으니, 구김이 생기는것은 당연하다. 떼는날은 그냥 잊어버리고, 이사 들어가는날은 레일만 설치하고, 커텐은 달지 말아달라고 해야한다. 구겨진채로 달아봤자 다시 떼어내야 하니 나만 피곤하다. 이사간 집에서 세탁하고 다리던가(3시간걸림), 세탁소에 맡겨서 세탁하고 다는편이 낫다.
임시거처인 원룸에 있던 40일간, 맨바닥에서 자고 에어컨없이 밤을 보냈다. 방안에 있기 싫어 매일매일 산책했는데, 그게 지나고 보니 또 추억이다.
엄마는 나랑 정규를 데리고 몇번이나 이사를 하셨는데, 이사날짜 맞추기가 얼마나 힘드셨을까 싶다.
또 이사를 해야 한다면 이 기록을 참고해서 진행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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